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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해요....."
"..뭐..?"
"그만...해요...."
쿠로오는 쓰린 숨을 삼키고 야치를 바라봤다.
"저 힘들어요....."
야치는 떨구고 있는 고개를 꺼지듯 숙이며 떨리는 손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히토카.....!!"
쿠로오는 지금 야치를 납득할 수 없었다. 야치가 연락이 평소보다 줄어든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였다. 늘상 수를 세고 있는것도 아니였기에 그걸 눈치 챘을 때에도 바빠서 그렇겠거니 생각하고 넘겼었다. 무엇보다 자신도 한동안 정신없이 바빴기에 평소 하던 전화 대신 간단히 문자만 주고 받았다. 단지 그정도였다. 문자의 내용에도 별 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도대체 무엇 대문에 이렇게-
"가..갈게요..."
"!!"
야치는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웅크리고 조금씩 뒷걸음쳤다.
쿠로오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야치를 잡으려다 멈추었다. 보지 못한 새 그녀는 더 작고 더 가녀려져 있었다. 입 밖으로 나오려던 절박한 목소리를 다시 삼키고 허공에 멈춘 손을 꽉 쥐었다. 지금 그녀를 붙잡았다간 훨씬 엉망으로 망가질것 같았다. 어느새 자기 앞에서 사라진 야치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급히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호흡이 거칠게 폐를 두드렸다.
도쿄의 밤거리는 검은 밤을 휘어내리고 화려하고 번쩍번쩍한 불빛으로 환락을 뿜었다. 그러나 야치의 눈에는 모든것이 빛벌레마냥 어지럽게 느껴졌다. 길바닥이 울렁거리며 야치에게 덤벼들었고 주변의 사람들이나 전봇대들이 잔상마냥 일그러지는 모습으로 야치를 스치고 지나갔다. 무엇이 보이는 것인지 지금 아무렇게나 내딛는 걸음이 앞을 향한 것은 맞는지 자신은 어디로 가고있는지 무엇하나 선명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야치는 한쪽 손으로 울렁이는 배를 움켜쥐었다. 한 손으로는 주체하기 힘든 가슴을 쓰다듬고 반댓편 어깨를 깨물듯 붙잡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첫사랑은 아니였다. 하지만 평생 갈 사랑이라 믿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 야속하게도 무뎌지고 빛이 바라고 금가고 급기야 찢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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