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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대운동회/G3a- 배구소녀 쁘띠존에 있습니다!
- 쿠니미 아키라 X 야치 히토카 성인 소설회지
- 중철/ A5/ 24p
- 2000
☆회지 통판 합니다!
통판은 회지 값과 배송비(2500)를 합하여 4500원입니다.
등기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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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
1
또 같은 꿈이다.
잊을 만 하면 꼭 다시 그 꿈을 꾼다. 듬성듬성 언덕이 있고 초목과 풀, 화초, 과목이 조화롭게 어울린 아름다운 곳에 혼자 존재한다. 날씨는 언제나 화창하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맨 피부 위에 햇살이 앉는다. 그곳의 공기는 부드럽고 밝아 기분을 나른하게 만든다. 여느 꿈과 달리 자신은 그곳에 있을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그 꿈을 꿀 때면 그저 유유히 길을 거늘거나 멍하니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다였다. 같은 꿈을 여러 번 꾸는 것이 조금 별난 일이라는 것은 언제 또래 친구들과 꿈 이야기를 하다 알게 되었다. 하지만 흔히 꾸는 꿈처럼 무언가에 쫓기거나 사건 상황 속에 들어가는 것 보다는 그 정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편이 훨씬 좋았기 때문에 문제 삼을 것은 없었다.
그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눈치 챈 건 키가 죽순처럼 자라던 중학교 1학년의 여름 즈음 이였다. 특별히 흔적을 발견한 것이 아니고 그저 자연스럽게 느꼈다. 꿈 안이기에 가능할 감각이였다. 묘한 경계심이 들었지만 그 뿐 그것은 자신 가까이에 오지 않았다.
중학교 부활동은 전보다는 좀 더 본격적으로 진행되어서 몸을 잔뜩 움직이고 좀 더 늦은 시간 귀가했다. 평소 잠이 많은 편이라 깊게 잠에 빠지는 날 수가 늘었고 자연스럽게 꿈을 꾸는 횟수도 줄었다. 그 꿈 또한 전 만큼은 꾸지 않았다.
부활동이 정점을 향하는 고등학교 입학 후 이상하게도 다시 그 꿈을 종종 꾸게 되었다. 또 전과 다른 점은 그 공간을 묘하게 경계하게 된 것. 그 곳에 있는 무언가, 또는 누군가와 자신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또한 꿈에서만 느끼는 묘한 감각의 신호였다. 여전히 그 수풀을 유유자적 거늘지만 꿈에서 깨면 몸이 조금 나른해져 있었다. 덕분에 그렇잖아도 눈을 뜨고 있기 힘들었던 수업시간이 더욱 졸렸다.
오늘 그래왔듯 그 꿈을 꾸었다. 그러나 여태껏 꾸어왔던 꿈과는 달랐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의 절정을 맞으며 부터 ‘그것’과의 거리가 갑작스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그것’은 자신이 서있는 곳 조금 떨어진 수풀 안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현실이였다면 다르게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꿈속의 자신은 인상 한줄 찌푸리지 않고 천천히 ‘그것’에 다가갔다. 그 날 만큼은 그곳의 공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어느 감각도 자신의 무의식을 붙잡지 않았고 자신을 끌어당기는 ‘그것’에게 무방비하게 몸을 내밀었다. 큰 줄기를 붙잡아 꺾자 그 안에 있었는지 검은 새들 한 무리가 놀란 듯 순식간에 수풀을 해치고 나와 흩어졌다. 깜짝 놀랐으나 지체하지 않고 이파리가 무성한 가지 걷자 어둡고 습한 곳에 빛이 침범하며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팟.
그 순간과 동시에 눈을 떴다. 꿈속과 달리 현실은 무자비한 햇빛이 여린 홍채를 괴롭혔다. 쿠니미의 눈은 동공이 잔뜩 축소되어 있었고 숨은 멈춘 듯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흔들리는 동공이 방 천장을 인지하고서야 미적미적 몸을 일으켜 조용히 숨을 들이 내쉬었다. 등 뒤가 뒤숭숭하다. 삭신이 오늘 컨디션은 내내 좋지 못할 것을 예고했다.
하필 오늘.
오후도 쌀쌀한 바람이 불어 져지를 앞섶을 여매지 않으면 쉬이 감기에 걸릴 듯 한 가을이다. 동시에 봄 고교 배구부 대회의 미야기 대표 준결승전날이기도 하다. 자신은 1학년임에도 미야기에서 가장 견고한 팀으로 알려진 아오바죠사이 고등학교 남자 배구부의 주전 멤버이다. 그리고 오늘의 상대는... 인터하이 준결승전에서 끈질기게 싸웠던 천적 카라스노이다. 그 前제왕이 주전 세터를 뛰고 있는 팀이기에 더욱 거북한 팀이다. 뒤숭숭한 기분은 찬물로 세수를 해도,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어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이어폰에 연결하여도 나아지질 않았다.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너무 순간이라 형체밖에 인지지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고작 그런 환상 따위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꿈은 한낱 수면 중 겪는 환상에 불과하다 스스로 타이르며 잡념을 짓눌렀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눈을 날카롭게 뜨고 교문위에 걸린 플랜카드를 바라보았다. 색색이 홍보문구가 잔뜩 적힌 카드들 가운데 민트색 플랜카드를 천천히 읽었다.
‘-코트를 지배하라-’
준결승 다음에는 천적 시라토리자와와 결승이 기다리고 있다. 3학년 선배들에게는 이 봄고 시합이 마지막이다. 이런 사소한 기분으로 선배들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다.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며 버스에 올랐다.
넓게 펼쳐진 코트와 중심에 우뚝 박혀있는 네트, 높은 원형 천장과 쨍한 조명, 2층을 가득 채우고 내려다보는 관중석과 각양각색의 유니폼들, 구호와 기합소리들, 실내 체육관 특유의 건축물 냄새와 파스냄새. 온갖 것들이 모여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 곧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을 공간. 호흡을 가다듬고 스트레칭을 시작하였다. 이대로라면 문제 없을 것 같다. 이동하는 동안 머리를 정리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겨우 기분을 식히고 엉뚱한 곳으로 빠진 킨다이치를 부르려고 시선을 돌렸다. 이제 막 워밍업을 하려는 차였는데 체육관의 구석에서 발밑이 빳빳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킨다이치와 야하바 선배가 한눈을 팔던 그 곳에는 검은 유니폼을 입은 소녀가 있었다. 어깨에 닿지 않는 단발에 별빛을 품은 듯 찰랑거리는 금발이였고 그게 사실이라고 입증이라도 하듯 별모양 머리끈이 한 쪽 머리를 한줌 감싸 안고 있었다.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오밀조밀 자리 잡고 선명하게 뜬 눈은 잔뜩 긴장해 있음을 그대로 보였다. 한눈에 보아도 여느 사람들과 비교될 만큼 체구가 작았는데 그 몸으로 쫑쫑거리며 바쁘게 뛰어다녔다.
그 자리에 서서 경거망동한 선배가 소녀를 향해 공을 튀기는 것, 소녀에게로 튄 공을 선배로 보이는 매니져가 칼같이 쳐낸 것, 그 뒤에 당황한 듯 굳었다 어느새 까만 유니폼들 사이에 둘러싸여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철저히 보호받는 모습, 관중석까지 이어지는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호흡은 차분했으나 혈관이 죄어들어 갔다. 간신히 회복한 집중력은 순식간에 잔잔한 폭풍에 뒤집히는 뱃속 아래로 무너졌다. 꿈에서 자신을 이끌었던 감각, 꿈에서만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여섯 번 째 감각이 오감이 마비된 채 목석처럼 서있는 자신에게 알려주었다. ‘그것’은 지금 눈앞에 있는 저 소녀이다.
1세트 카라스노의 세트포인트 시점. 등번호 13번은 16번과 선수교체 되었다. 그리고 그 이상 코트에 서지 않았다.
아오바죠사이는 준결승전에 패자가 되었다.
얄궂게도 ‘그녀’를 발견한 그날은 그 꿈을 꾸지 않았다. 복잡한 마음에 억지로 청한 잠이건만 밤 새 뒤척인 듯 온 몸이 찌뿌둥 했다. 가디건을 대충 둘러 입고 집을 나섰다. 대표결정전 결승은 바로 다음 날이다. 관중석으로 들어가자 멍했던 시선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잡아냈다. 건너편 관중석의 난간에 꼭 붙어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해질 정도로 안절부절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시도 앉지 못하고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에 뱃속 한구석이 쓰렸다. 멀리서 바라본 소녀는 성인들 사이에 서있어서 인지 어제보다 조그마해 보였다. 세죠가 섰을지도 모르는 시합. 그녀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오늘. 패배의 분함과 자신의 무능함, 태어나 처음 보는 이름 모를 소녀에게 생경한 감각이 보내는 알 수 없는 신호. 감정과 감각이 머릿속에서 불쾌하게 뒤섞인다.
이 꿈은 나에게 뭘 하려 하는 거지.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시합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가 울렸다.
분함
자신에 대한 분노
눈좇음
끝을 모르는 긴장
난간 밖의 인내
우려와 믿음
염원하던 정상의 투쟁
환상과 현실의 갈라지는 랩소디
신경을 타고 올라오는 갈구
이 공간 모든 이들의 만감이 휘몰아치는 정점의 순간,
눈이 마주쳤다.
얼굴이나 겨우 알아볼 것 같은 거리에서 분명 눈을 마주쳤다.
직후 터져 나오는 함성과 환호 속에 소녀가 묻히는 동안 소년은 조용히 자리를 나섰다.
살면서 이토록 감정에 휘둘린 적은 처음이다. 스스로 항상 차분하며 이성적이라 생각해왔는데 지금 자신이 하려는 행동은 머리가 납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경은 아랑곳 않고 다리를 움직였다. 뒷통수 한쪽이 아른하게 어지럽다.
기쁨과 조바심 사이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승리의 기쁨에 벅찬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다행일까. 시상식이 끝나고 박수를 보내자마자 간단히 변명을 던지고 관중석을 뛰쳐나왔다. 난간만큼은 꼭 잡고 어지러이 계단 위를 달렸다. 어디까지 갔을까. 짧은 폐회식이 끝나기 전에 그를 쫓을 수 있을까. 쿠니미는 이곳에 일부러 발걸음을 한 것이다. 오늘이 아니면 우리는......!
마지막 한 칸 계단 아래에 발을 내딪고 고개를 든 소녀 앞에 멀리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놀란 듯 민망한 손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햇살을 뒤로한 소년의 머리칼은 실크처럼 사라락 고개를 숙였고 살가운 빛 아래에 피부는 은은히 빛나 보였다. 숨이 차오르는 것을 막지 못하고 늑골이 험하게 들썩였다. 소년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너... 이름이 뭐야?”
소녀는 숨을 고르고 시선을 올렸다. 갈빛 눈동자가 검고 정갈한 눈동자에 어른거린다. 무의식적으로 가슴에 올린 손으로 옷깃을 꼬옥 잡고 대답했다.
“..야치 히토카 -谷地 仁花- .”
투링양이 그려준 특전입니다!
모티브가 된 곡과 쿠니미와 야치의 유리꽃같은 분위기 두가지의 조화가 너무 예쁜 그림입니다. 밤새서 그려준 투링양께 치어스!
문의는 트위터@Winn_luv
이메일 winnie.wtl@gmail.com 으로 부탁드립니다!